12월 24일 촛불을 들고 명동성당에 모입시다(오후 7시)
저는 어렸을 때부터 명동성당에 다녔던 평범한 신자입니다. 또한 이
땅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노동자 중의 한 사람입니다.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이
혹여나
사제들과 제 목숨처럼 귀히 여기는 가톨릭의 명예나 하느님의 뜻을 어기는
것은
아닐까 무척 많은 고심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감히 저는 이제 아주 조그만 목소리를 내볼까 합니다. 이제 내일
모레면
이 땅에 다시 오실 예수님을 맞기 위해 저는 이제 아주 작은 준비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15년간의 미욱했던 제 신앙생활속에서 한가지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제가 주님께 배운 주님의 숭고한 뜻을 가톨릭인이라는 숭고한
이름을
결코 제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제 자신을 미화하는데 쓰지 않겠다고.
그러기
위해서 저는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수녀님들의
본을
배워 작은 봉사활동에서나마 그것이 옳다라는 것을 아름다운 형제,
자매들의
웃음속에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 자라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에게 언제부턴지 큰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바로 가톨릭
병원의
노동자들이 명동성당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였습니다.
처음에 그들을 보았을 때, 저는 또한 많은 사제분들처럼 걱정하고
우리들의
소중한 성지가 어지럽혀지지나 않을까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그분들을 외면하고 성당을 오르내렸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제 반팔이 두꺼운 코트가 될 때까지 그곳에서 붙박혀 움직이지
않는,
아니 단식으로, 삭발로, 수배자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의구심과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나눠준 글들을
조금씩
읽어보기 시작했고 가톨릭병원 간호사이자 가톨릭 신자인 어느 분과
우연히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 속에는, 그 분들의 이야기속에는 참으로 많은 눈물과 서러움이
묻어있었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곳에서 과중한 밤근무에 아이를 잃어야
했다는
어느 어머니들과, 인간적인 모욕으로 피눈물을 삼켜야 했다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며. 제가 다 알지 못하는 제도적인 문제점들도 분명 있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그 이야기들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많이
듣는다 해도
저는 당사자들의 자세한 주장과 내용은 잘 모를뿐더러 판단할 자격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사제분들과 어떤 면에서 대화가 잘 되지 않는지도
자세한
내막은 모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온 세상이 축복받는 성탄절을 맞아 더 이상 주님의 집
바로
앞에서 주님의 이름앞에 고통받는 사람은 없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고통을 겪고 계실 사제분들과 가톨릭 의료원
노동자들이
성탄절을 맞아 용서와 화해라는 주님의 뜻 아래 하나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저는 신자로서 감히 아버지와 같으신 신부님들을 설득할 자신도 자격도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14일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갔던 것처럼 12월 24일
주님이
오시기 전날 명동성당에서 그 분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미사를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그렇게 주님을 맞은 준비를 하는 것이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주님의 거룩한 뜻이 사제분들과 가톨릭 의료원 노동자들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온
마음을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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